환혼전 이야기

조선 왕들 중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았던 12대 임금, 인종

소설 [환혼전]은 조선 왕들 중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인종 임금이 왕이 되기 전 세자 시절 궁궐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조선 제 12대 왕 인종은 중종의 넷째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장경왕후 윤씨를 일찍 여의고 친할머니인 정현왕후의 보살핌으로 자랐습니다.

그런데 인종은 즉위한 지 7개월 만에 30세의 나이로 승하하였습니다. 인종에 이어 이복동생인 경원대군이 보위를 물려받아 명종이 되었습니다. 명종은 중종과 문정왕후 사이에 난 아들로, 전하는 야사에는 문정황후가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인종을 독살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환혼전의 시대 배경은 인종의 세자 시절, 즉 중종이 왕위에 있을 때이며, 공간 배경은 경복궁입니다. 인종의 아버지 중종은 반정을 통해 연산군을 폐하고 왕이 된 인물입니다. 소설 [환혼전]은 반정으로 왕이 된 중종의 정통성 문제와 차기 왕이 될 세자 이호의 고민이 교차하며 엮어가는 역사 추리 소설입니다.

중종 반정과 고전소설 설공찬전, 그리고 환혼전 이야기

환혼전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 중종 시절에 채수가 지은 “설공찬전”입니다. 중종 실록에는 “설공찬전”으로, 패관잡기에는 ‘설공찬환혼전“으로 표기되어 있는 “설공찬전”은 조선시대 당시의 유교이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영혼과 사후세계, 정치와 사회의 한계를 비판한 소설입니다.

특히 반역으로 정권을 잡은 사람이 지옥에 떨어진다는 내용은 연산군을 축출하고 집권한 중종과 반정 공신들에 대한 공공연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설공찬전”은 금서가 되어 불태워졌습니다.

[환혼전]은 이처럼 “설공찬전”을 모티브로, 왕권 다툼에서 패한 패자들의 그림자 같은 삶과 일반 백성들의 힘없고 소외된 삶이 어두운 밤 궁궐을 지배하며, 그들이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자 이호와 궁녀 여리가 함께 풀어가는 감춰진 비밀

궁녀 여리는 어두운 밤 궁궐 안에 떠도는 괴이한 소문들을 찾아가 확인하던 중 ‘귀신이 쓴 책’이라 불리는 ‘환혼전’과 환혼전에 나오는 괴물인 천구가 밤마다 궁궐에 나타나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방울소리가 들릴 때마다 세자의 할머니인 대비의 건강이 악화되고, 그 원인이 환혼전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 세자는 궁녀 여리와 함께 환혼전의 출처를 쫒으며 궁궐 안에 꼭꼭 숨겨져 있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 갑니다.

경복궁 안에 폐주 연산군과 관련되어 은밀히 전해지는 비밀통로가 있습니다. 그런데 반정으로 왕이 된 중종과 세자, 조정 대신들을 포함한 궁궐 사람들은 그 비밀통로를 모르고, 누군가 그곳을 통해 밤마다 궁궐을 넘나들며 어두운 궁궐을 공포에 빠지게 합니다.
왕이 된 자와 버려진 자

궁궐 내에서 왕권을 향한 치열한 권력 다툼은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 없이 사라진 수많은 패자들을 만들었습니다. [환혼전]에서 중요한 인물로 나오는 제안대군도 실제로 그런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제안대군 이현은 예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예종이 즉위하며 원자로 책봉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종이 승하할 당시 나이가 네 살에 불과하여, 할머니인 정희왕후가 제안대군의 사촌형 잘산군을 성종으로 즉위시킴으로써 운명이 바뀐 사람입니다. 왕이 될 운명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운명으로 바뀐 것입니다. 소설 [환혼전]에서 제안대군은 살기위해 겉으로는 어리숙한 척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권력자들을 향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꿈꿉니다.

소설 [환혼전]의 또 다른 주인공, 인모는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담지하고 있고 인물입니다. 제안대군처럼 한 순간에 운명이 바뀐 인모 또한 제안대군과 마찬가지로 궁궐의 주인들을 향해 복수를 꿈꿉니다. 그러나 인모의 복수는 제안대군과 다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외된 자들을 향한 동정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인모와 세자의 만남과 엇갈린 운명은 소설 [환혼전]을 이끌어가는 두 축입니다. 밝은 궁궐의 주인이 될 세자와 어두운 밤의 궁궐 주인이 되고자 한 인모의 운명이 놀랍게도 닮아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실제 사건들

소설 [환혼전]은 어두운 밤 궁궐에서 주인공인 세자 이호와 궁녀 여리가 함께 환혼전이라는 책에 얽힌 기괴한 일들을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독자들에게 허구가 아닌 실제를 보여주는 듯한 치밀한 구성과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죽음과 관련된 궁궐 내 미스터리와 환혼전을 매개로 권력 암투와 정통성을 반추하고, 살아 있되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의 기이하고도 슬픈 비밀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영상화에 적합한 역사 추리 스릴러

지금까지 우리는 화려하고 밝은 공간의 경복궁만을 경험하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경복궁은 밝음보다 어둠에 더 익숙한 공간입니다. 그 어둠에서 우리 역사가 굴러 왔습니다. 소설 [환혼전]을 통해 조선 역사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12대 인종 임금과 경복궁의 어두운 밤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환혼전

환혼전

김영미

세자 이호와 대비전 궁녀 여리환혼전과 천구의 실체를 밝혀 대비를 살려내야만 한다!조선 왕조 사상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왕 인종세자 시절의 그가 풀어나가는 왕실 미스터리대비전 소속 궁녀 여리는 폐서고에 들렀다가 세자의 삿된 취미에 얽혀들고 만다. 유교를 근간으로 하는 조선 국본의 취미는 다름 아닌 귀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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